경향신문 1997년 2월 22일자 25면

신세대 한의사 정민기, 의술은 전공 음악은 부전공

글 이준호.사진 권호욱기자

  700여개의 한의원 한약재상이 몰려 있는 서울 경동시장. 그속에서 퍼져나오는 장구와 플룻소리. 시끌벅적함속에서도 소리는 뚜렷하게 들린다. 흙냄새, 계피향, 쌍화차 냄새와 뒤섞여 묘한 느낌을 준다.

  정민기씨(31). 「늘 고운 한의원」의 한의사. 질병없는 세상, 맑고 투명한 세상을 꿈꾸며 무공해한약을 쓰며 침을 놓고 뜸을 뜬다. 그리고 연주를 하고 마술을 하며 요가를 한다.

  어렸을때부터 한약냄새를 맡은 정씨. 아버지(정환명.59)는 지난 35년동안 한약재 도산매업을 해온 약업사였다. 그러나 한의학은 자연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해 시작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잘아는 한의대생 형을 찾아갔다. 한의학은 어떤것인가. 100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의 집대성이었어요. 궁금했던 자연의 이치가 한의학속에 모두 들어있었고요.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해외여행중 우연히 마술공연을 보았다. 재미있었다. 돌아오는 길로 마술학원에 등록했다. 환자와 친구들에게 가끔 마술을 보여준다. 딱딱한 분위기가 금새 부드러워졌다.

  악기연주는 제2의 전공. 한의사일 다음으로 잘한다. 기타 봉고 오카리나 장구 하모니카 플룻 등 잡히는대로 치고 두드리고 분다. 대학1학년때부터 틈틈이 배운 솜씨다. 음악에 빠진 그는 단지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6백만원이 넘는 마틴 D45기타를 샀다. 봉고도 구입했다. 때론 환자에게 들려준다. 자신의 스트레스와 환자의 스트레스를 함께 푼다. 환자가 없을 때면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연주한다.

  연말이 되면 그는 친한 친구들과 가족을 모아놓고 한의원에서 콘서트를 연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작은 음악회.

  지난해 10월 결혼을 앞둔 여동생이 안하던 화장을 한 탓인지 여드름이 나는등 피부가 상했다. 한약재를 달인 약물로 세수를 시켰더니 감쪽같이 나았다. 재활용비누를 만드는 「협성」이 이것을 기초로 한방비누를 상품화중이다. 협성은 물살리기등 환경운동 사업을 하는 곳이어서 돈이 될것 같은데도 그냥 넘겼다는것이 정씨의 설명.

  오지랖이 무척 넓은 젊은 한의사 정민기씨. 그는 침술에 특히 밝다. 겉보기에는 가시나 다름 없는 침(針). 몸에 꽂히는 순간 몸안에서는 오묘한 작용을 일으킨다. 풍(風)을 앓던 사람이나 디스크 환자가 침 한 방에 말끔히 낫는 것을 보고 침술에 빠져들었다.

  『한의학계에서는 인간의 몸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해 유주(流洲)라는 말을 쓰지요. 고이는 곳도 있고 소용돌이 치는 곳도 있습니다. 골이 좁은 곳에 돌멩이 하나가 놓여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침으로 돌멩이를 치우는 것이죠』

  『침술보다 더 근원적인 치료방법을 깨달았죠. 인간의 몸은 스스로 치유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나오죠』. 인도에서 돌아온 정씨는 아버지가 일궈놓은 터전에 「늘고운 한의원」을 열었다. 아버지는 약재를 썰고 어머니는 탕약을 끓이는 가족 한의원.

  그의 진료원칙은 맑은 정신을 갖고 환자를 대하는 것. 한 환자를 진료하면 잠깐 동안이나마 명상으로 머리를 맑게 한 후 다음 환자를 본다.

  『사는 목적을 돈벌이에 둔다면 그처럼 삭막한 삶도 없을 겁니다. 10년후에는 더 연구해서 한의원을 그만두고 명상을 이용한 진료센터인 자연요법센터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자연치유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믿는 신세대 한의사 정민기씨. 그에게 의술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 남을 행복하게 하는것」이 삶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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