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연주, 요가, 마술이 취미인
신세대 한의사 정민기

“건강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암 걸려요”


글 : 이혜련 기자 / 사진 : 전민조 기자

  한의원과 한약재상이 모여 있는 서울 경동시장에 자리잡은 ‘늘 고운 한의원’ 정민기 원장(31). 호리호리한 체구에 소년처럼 해맑은 얼굴이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인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은 한의사가 아니라 심부름 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가끔은 젊은 한의사가 못 미더운지 그의 앳된 얼굴을 보고는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 역시 한의원장이라는 직함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의학은 그에게 직업이기에 앞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수양을 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약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아버지 정환명씨(59)가 35년간 한약재 도산매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한의사가 된 것은 가업을 잇는다거나 부모의 뜻 때문은 아니었다.

  “우주와 세상의 이치가 궁금했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이 모두 포함된 학문이 한의학이라는 생각에서 한의대를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한의학을 공부할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수양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그의 진료원칙은 맑은 정신을 가지고 환자를 대한다는 것이다. 맑은 정신을 갖기 위해 그는 늘 명상을 한다. 환자 한 명을 진료한 후에는 잠깐이라도 명상을 해서 머리를 맑게 한 후에 다음 환자를 본다.

  그가 명상을 생활화하게 된 것은 원광대 재학 시절 사암침법으로 유명한 한의사 김홍경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방학 때마다 김홍경씨에게서 침구학 강좌를 들었다. 수천권의 한의학서적이 들어 있는 책장의 열쇠를 맡겼을 만큼 그를 아꼈던 김홍경씨는 그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인도 히말라야연구소 부설 의과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명상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그는 인도 총리의 스승이었던 스와미 라마에게서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그는 한의학 공부와 요가 그리고 명상을 통해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몸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늘 고운 한의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도 ‘모든 병은 마음에서’라는 글귀다.

  “간단한 예로 기분이 나쁘면 밥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고 무슨 일을 해도 기운이 안나죠. 그런 상태가 계속 쌓이면 병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인 암도 근본적으로는 마음에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암의 원인이 유전이다, 탄 음식이다 하지만 첨단의학을 연구하는 서구 의학자들도 최근에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양의학이 동양의학의 근본원리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죠.”

  그는 건강에 강하게 집착하여 좋다는 것은 다 찾아가며 먹는 사람이 오히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자기 중심적인 마음이 한군데로 뭉쳐 암심(癌心)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의원에서 약을 지을 때도 증상에 따른 처방과 상관없이 무조건 좋은 약재를 많이 넣어서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좋은 약재를 많이 먹는다고 반드시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몸은 필요성분이 모자라도 병이 나지만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도 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운동, 연주, 요가, 마술 등 못하는 것 없는 팔방미인

  정민기씨는 신세대 한의사다. 나이가 젊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전공인 한의학 외에도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일에 당당하고 모험심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운동, 악기 연주, 노래, 요가, 마술 등 그의 관심분야는 무척 넓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운동이다. 운동이라면 격투기부터 농구까지 뭐든지 다 한다. 요즘 주로 하는 것은 요가와 태극권. 운동효과도 뛰어나지만 정신수양에 더 없이 좋기 때문이다.

  악기는 기타, 봉고(라틴 아메리카 음악에서 사용하는 타악기의 하나), 오카리나(도자기로 만든 이탈리아 피리의 일종), 장구, 플루트 등 못 다루는 게 없을 정도. 대학 1학년 때부터 틈틈이 배운 솜씨다.

  환자를 진료하는 원장실 한구석에는 봉고가 놓여 있다. 환자가 없을 땐 봉고를 두드리기도 하고 기타를 치며 김광석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친구들과 가족을 초대해 한의원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리조트호텔의 테니스코치가 마술시범을 하는 것을 보고 돌아오는 길로 마술학원에 등록을 했다. 생활 속에서 만드는 작은 기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틈틈이 마술로 가족과 친구들을 즐겁게 한다.

  ‘늘 고운 한의원’은 그의 가족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아버지가 일궈놓은 터전이었다. 지금도 아버지는 약을 썰고 어머니는 약을 달인다. 조각을 전공했지만 형을 도와 전화도 받고 손님도 맞는 남동생은 아예 간호조무사 시험을 볼 작정이다.

  결혼한 누이와 영어강사로 일하는 부인 최경은씨도 하루 한두번은 한의원에 들른다. 그냥 아들 하는 일이 좋아서, 형을 돕고 싶어서 함께 일한다는 가족들, 그래서 ‘늘 고운 한의원’은 유난히 친절하고 편안한 분위기다.정민기씨와 최경은씨의 만남은 소설 속에 나옴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로 만났다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위장이 좋지 않았던 최경은씨는 일주일에 2번씩 두 달간 침을 맞으러 다녔다. 치료가 끝날 무렵 정민기씨는 동생의 조각 전시회에 최경은씨를 초대했고 그날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만났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시험볼 때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오르듯이 이 사람과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그때까지 정민기씨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을 결심한 그는 어깨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자르고 교회에 나갔다. 가정을 꾸려나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던 장남이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자르지 않던 머리를 자르고 교회까지 나가니 제일 기뻐한 것은 어머니, 아버지였다.

  사는 목적을 돈벌이에 두는 것처럼 황량한 것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정민기는 마흔살까지만 한의원을 열고 그 후에는 명상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자연요법센터를 세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도 세상살이도 결국은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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